결핍과 권태 사이에서
link  따로또같이   2026-02-13

결핍과 권태 사이에서

혼자라는 것은 같이 있다는 것에 비추어 보면 분명 결핍이다. 같이 있다는 것은 혼자 있다는 것에 비추어 보면 충족이다. 하지만 행복이라는 틀로 비추어보면, 행복은 혼자 있을 때와 같이 있을 때 어느 한쪽과 일방적인 관계를 맺지 않는다.

행복이란 혼자이기에 발생할 수 있는 결핍에서 벗어날 때, 그리고 같이 있을 때 발생하는 과잉 충족으로 인한 질식에서도 동시에 벗어날 때 가능하다. 혼자 있다는 것은 때로 고통이다. 정서를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한 바로 그 순간에 혼자라는 상황은 그다지 달갑지 않다. TV를 본다. 재미있다. 혹은 슬프다. 하지만 인간의 감정이란 적절한 감정이 드는 순간 다른 이와 그것을 공유할 때 더욱 증폭된다.

혼자라는 상황은 감정이 증폭될 수 있는 조건의 결핍이다. 감정은 그것이 공유될 때 지속시간이 적절하게 연장될 수도 단축될 수도 있다. 즐거움의 정서에 휩싸여 있을 때, 즐거움의 순간을 인위적으로 연장할 수 있는 파트너가 없는 사람은 모처럼 즐거움의 정서를 획득한다 하더라도 그 정서는 봄날의 벚꽃처럼 만끽하려는 바로 그 순간 사라진다.

반면 달갑지 않은 외로움의 정서가 예고도 없이 혼자인 사람을 습격했을 때, 그 정서의 지속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는 사람이 적절한 범위 내에 없다면 그 사람은 외로움의 정서가 스스로 사라질 때까지 아주 긴 인내의 시간을 견뎌야 한다. 정서의 지속시간을 다른 사람의 도움으로 연장시킬 수도 단축시킬 수도 없는 상황은 분명 고통이다.

같이 있다는 것은 혼자임으로 인한 고통에서 우리를 벗어나게 해줄 수 있지만 구원을 보장하지는 못한다. 외로움에 허덕이던 사람이 누군가와의 관계에 의해 외로움에서 벗어나는 그 순간 혼자가 아니라는 상황은 천상의 약속이 이루어진 것처럼 느껴지지만, 온갖 기념일 선물 궁리로 시간을 보내다보면 권태의 순간이 금새 찾아온다.

그래서 “아주 오래된 연인”이라는 노래에서는 ‘의무감으로 전화를 하고’를 하고 ‘습관적으로 약속’을 한다는 가사가 나온다. 권태의 포로가 되어 있던 아주 오래된 연인들이 마침내 헤어졌을 때의 상실감은 연인에 대한 상실감이 아니라 의무감과 습관이라는 감정과의 상실감에 다름 아니다.

행복은 권태와 고통 중간의 어느 쯤에 있다. 이런 통찰에서 쇼펜하우어는 늘 탁월하다.
일반적으로 인간의 행복을 위협하는 적은,고통과 권태라는 두 가지다. 그리고 이 둘 가운데 어느 하나에서 적당히 멀어지게 되면 그만큼 다른 하나가 가까이 다가온다. 또한 그 반대의 경우도 있어 우리의 일생은 거의 이 양자의 중간에서 때로는 강하게 진동하고, 때로는 약하게 진동하고 있는 격이라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하여
노명우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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